posted by 퍼니앙스 2012. 7. 11. 12:27

청구액보다 싼 경매아파트 급증 … 금융권 미회수 금액 18개월만에 최고치

#1. MS상호저축은 2006년 서울 천호동 삼성아파트 전용면적 141㎡를 담보로 A씨에게 4억9328만원을 빌려줬다. 이 아파트는 2007년 5억~6억원에 거래됐다. A씨가 빚을 갚지 못하자 MS상호저축은 지난해 11월 강제경매를 신청했고, 당시 감정가는 5억3000만원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열린 서울동부지법 경매에서는 4억328만원에 낙찰됐다. 이 아파트의 등기부등본상 채무는 5억8000만원이 넘는다. 경매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MS상호저축에 돌아가는 배당금은 빌려준 돈보다 1억원 가량 부족한 3억9806만원에 불과하다. 

#2. 하나은행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이 모씨가 소유한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주상복합아파트 191㎡를 담보로 잡고 네 차례에 걸쳐 21억2000만원을 빌려줬다. 2008년 이 아파트 시세는 20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8년째 이씨가 빚을 갚지 못하자 하나은행은 서울중앙지법에 2011년 18억7426만원을 청구하는 강제경매를 신청했다. 당시 감정가는 청구액보다 낮은 15억5000만원. 지난달 28일 이 아파트는 13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대금이 들어오면 하나은행은 경매비용을 제외한 13억3964만원을 배당받는다. 5억원이 넘는 돈은 여전히 부실채무로 남게 된다. 




경기침체 여파로 부동산 경매시장의 낙찰가격이 떨어져 아파트를 경매로 처분하고도 빚을 갚지 못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호황기 주택시장에 끼었던 거품이 경매시장에서부터 터진 셈이다. 이같은 추세가 지속하면 채무자는 살던 집을 경매에 넘기고도 '빚쟁이' 딱지를 떼지 못해 신용불량자 신세가 되고, 은행 등 채권자는 회수하지 못한 빚 부담을 떠맡아 부실이 쌓인다. 

10일 부동산 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법원경매가 진행된 수도권 아파트를 조사한 결과 채권자들이 회수하지 못한 금액이 지난달 623억7000만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6월 293억원보다 두 배 이상 뛴 금액이다. 2011년 1월부터 올 6월까지 월평균 미회수 금액은 323억원이다. 법원경매라는 극약 처방에도 청구액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돼 회수하지 못한 채무가 18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미회수금액은 2126억원으로 이미 작년 상반기 1736억원을 넘어섰다.

채권자는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법원 경매를 신청하는데 이때 받을 돈이 '청구액'이다. 낙찰자가 제시한 가격은 '낙찰가'다. 일반적으로 청구액보다 낙찰가가 높아야 빌려준 돈을 모두 회수할 수 있다. 그러나 채권자가 여럿이거나 낙찰가가 청구액보다 낮을 경우에는 채무를 회수하지 못해 부실채권이 발생한다. 이렇게 금융권이 받지 못한 돈은 지난해 월 평균 147억원에서 올해는 181억원으로 늘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예상치 못한 가격에 경매물건이 나오는 등 시장이 전방위로 힘든 상황"이라며 "주상복합 대형아파트의 경우 하반기에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